20세기의 과학과 기술은 과학기술 자체의 발전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의 양식과 가치관에 큰 변화를 초래하면서, 이른바 과학기술문명을 낳게 하였다. 자연현상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과학은 기술과 결합하면서 그 몸집이 크게 불어나 '거대과학'의 모습을 띠게 되었고 다시 사회와 국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오늘날 한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학 기술시대로 불리는 20세기는 로켓 제조에 의한 우주 탐색, 식량, 생산의 향상, 질병 퇴치, 수명연장, 각종 편리한 기기 개발, 제품의 대량생산 등 화려한 성과를 올린 시기였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문제를 유발하기도 하였다. 그것은 인공물질 생산에 의한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현상, 원자핵이나 생물의 군사적 이용 인간복제의 가능성 등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 차원을 넘어 전 지구의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위험성을 안고 있으며 이것은 결국 동식물뿐만 아니라 인류의 종말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이다.
이제 새로운 세기를 맞아 20세기 과학기술문명을 그대로 계속 이어갈 것인지 혹은 새로운 문명을 위한 방향 전환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결단이 요구되고 있는 것도 바로 과학과 기술이 야기한 이러한 위기상황에 기인하는 것이다.
우주 만물은 궁극적으로 무엇으로 구성되었을까 하는 물음은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특히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다양한 현상 속에는 어떤 단순한 기본 질서가 내재되어 있으며, 이 기본 질서는 또한 어떤 간단한 기본 요소에 의해 설명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철학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파르메니데스는 다양한 자연계의 모든 물질이 하나의 기본적 구성요소에 의한 것이라는 일원론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그는 오직 하나의 기본 요소에 의한 물질의 다양성과 변화성이 어떻게 설명될 것인가 하는 데에 관한 구체적인 해답을 주지 못하였다.
1. 데모크리토스의 원자 사상
이러한 문제에 관해 가장 뛰어난 생각을 했던 사람은 아마도 데모 크리토스였던 것 같다. 그는 만물의 기본 요소가 동일한 본질을 가지면서도 그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기본 입자들로 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른바 원자론이라고 불리는 이 이론을 제기함으로써 근본적으로는 파르메니데스의 일원론을 채택하면서 물질의 다양성도 아울러 설명하려고 하였다.
그가 원자라고 명명한 이 입자들은 그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서로 모여 결합하고 운동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여러 가지 물질이 형성되는 것이다. 특히 데모크리토스 원자론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 '원자'라는 용어 자체가 "더 이상 나눌 수 없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atoma'에서 유래되었음과 같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궁극적 구성 요소로서 유한한 크기의 입자의 존재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물론 데모크리토스의 이러한 원자 사상은 그 당시에도 그리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원자 사상에 반대한 가장 대표적인 예로서 아낙사고라스의 사상을 들 수 있다. 그는 모든 물질의 기본 요소들이 끝없이 나누어질 수 있다고 봄으로써 더 이상 나누어질 수 없는 유한한 입자의 존재를 부정했으며, 또한 서로 다른 여러 물질에 대응하는 서로 다른 여러 원소가 존재한다고 보아 일원론에 반대되는 다원론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여러 그리스 사상들은 물론 그들 나름대로 경험에 토대를 두고 경험 사실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해보려는 시도였긴 하지만 현대 과학의 입장에서 볼 때 별로 큰 과학적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의미 있는 과학 이론이 되기 위해서는 실험적 검증에 의해 적어도 반증될 가능성을 지녀야 하고 또 반증 가능한 시험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 당시 경험적 토대 위에서는 이러한 반증의 시험을 거칠 방법이 없었고 또 이러한 방법론에도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은 그 내용에 있어서 근대의 원자 사상에 대단히 흡사한 것이었으나 아깝게도 그리스 시대에 이미 빛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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