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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과학

근대의 원자사상

by 똑똑한 블로그 2020. 9. 15.

근대의 원자 사상


그리하여 대략 2천여 년 간 원자 사상은 거의 잊힌 상태로 있다가 19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다시 고개를 들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사변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당한 실증적 토대 위에 그 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그러면 근대의 원자 사상은 어떤 실증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가?

 

즉 물질이 더 이상 나뉠 수 없는 유한한 크기의 단위 입자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어떤 방법으로 실증할 수 있는가? 이러한 것을 생각하기 위해 좀 더 단순한 경우를 하나 고찰해보자.

 

지금 설탕을 탄 커피잔들이 여러 개 있다고 하고 이 안에 녹아 있는 설탕은 잔마다 일정하지 않다고 하자 이때 우리가 생각하고자 하는 문제는 여기에 녹아 있는 설탕들이 일정한 크기의 네모난 각설탕을 녹인 것인가 아니면 가루 설탕을 녹인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는 커피 속의 설탕을 분리하여 그 녹아 있는 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10개의 잔에서 설탕을 분리하여 달아 보았더니 2개의 잔에는 각각 설탕 1.5g 들어 있었고 4개의 잔에는 각각 정확히 3g 3개의 잔에는 각각 4.5g 그리고 마지막 한 잔에는 6g의 설탕이 들어 있었다고 하자.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만일 가루 설탕을 스푼으로 떠 넣었다고 하면 이렇게 일정한 비율로 정확히 떠 넣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떤 때에는 한 스푼에 1.3g도 뜨일 것이고 또 어떤 때에는 한 스푼에 1.417g도 담길 것이다. 그러므로 각 잔 속에 있는 설탕의 양이 일정한 값의 정확한 정수배가 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만일 위와 같은 관측 결과가 얻어졌다고 하면 이것이 가루 설탕을 넣은 것이 아니라 각설탕을 넣은 것이라고 해석하게 된다.

 

영국의 화학자 돌턴은 19세기 초에 바로 이러한 종류의 실증적 근거 아래 근대의 원자론을 제기하였다. 이 당시의 학자들은 여러 가지 화합물들의 구성 성분들을 조사하여 그 양을 정확히 측정해본 결과 구성 성분들의 양은 서로 다른 화합물들 사이에 일정한 비례로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적 사실들을 토대로 하여 돌턴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로서 더 이상 나뉘지 않으며 생성되거나 소멸되지도 않는 원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각 원소마다 그 원소 특유의 원자들이 존재한다고 보아 이들의 가능한 여러 결합에 의해 자연계의 다양한 물질들이 형성된다는 이른바 원자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원자 가설에 의해 물질의 화학적 변화에 관한 많은 현상들이 체계적으로 설명될 수 있었으며 물질의 다양성도 불과 수십 개의 기본적인 원자들에 의해 거의 완벽하게 이해될 수 있었다. 이것은 2천여 년 전에 제기한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 약간 수정을 가한 것으로서 이제는 이 학설이 믿을 만한 과학적 기반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었다.

 

원자설에 대한 회의


그러나 19세기의 이러한 새로운 원자 사상도 모든 사람들에게 다 받아들여졌던 것은 아니다. 특히 19세기 후반의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과학 철학자였던 마하 같은 사람은 끝내 원자설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러한 회의론자들의 중요한 반대 이유는 원자의 존재를 실증할 직접적인 증거 가령 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 같은 증거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앞에 말한 설탕의 예와 관련하여 이야기하자면 각설탕을 직접 본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커피잔에 설탕을 넣는 요리사가 가루 설탕을 정확한 천칭에 달아보고 일정량의 정수배씩만 넣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원자의 존재에 대한 좀 더 직접적인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의 눈으로 원자를 한 개 한 개 구분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원자의 구조가 밝혀졌고 원자와 원자 간의 결합방식 등이 체계적으로 설명되자 이제는 원자의 존재를 더 이상 의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매우 역설적인 사실이 나타나게 되었다. 즉 원자의 존재 자체가 거의 확실해짐과 동시에 우리가 알게 된 이 원자는 데모크리토스가 생각했던 기본 입자로서의 원자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현대 물리학에 의해 그 구조가 밝혀진 원자는 그 자체가 물질을 구성하는 궁극적 구성 요소가 아니고 좀 더 기본적인 다른 입자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곧 명백해졌다.

 

따라서 그 원자론의 핵심적인 사상인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궁극적 기본 입자로서의 원자 관념은 원자의 존재가 거의 확실해짐과 동시에 물러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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