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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과학

근대과학이 기초를 이룬 그리스 학문의 도입

by 똑똑한 블로그 2020. 9. 1.

근대과학과 유럽인


 

근대 과학의 싹은 중세 유럽과 고대 그리스 사이의 오랜 정신적 단절이 끝난 12세기경부터 서서히 솟아올랐다. 지금으로부터 800~900년 전, 유럽에서는 중세 대부분의 기간을 통해 완전히 잊히다시피 했던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나 아르키메데스 등의 과학 관련 저작들을 아랍지역으로부터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그리스어 원전이 아니라 아랍어로 번역된 문헌들이었는데, 유럽인들은 이들의 문헌을 정말 진귀하고 소중한 것인 양 주석을 붙이며 번역해서 글자 하나하나를 음미해가며 흡수했다. 유럽인들이 볼 때 이들 그리스-아랍 학문은 이교도 지역으로부터 전해진 이교도들의 학문이었지만, 그것은 유럽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인들을 열광시켰고 100년 후에는 유럽 전역 학문세계를 석권하여 유럽의 학자들을 그리스-아랍 학문 연구자들로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12세기의 유럽 학문세계는 이들 그리스와 아랍 학자들의 저작을 라틴어로 번역하고 주해하는 작업으로 가득 차 있었다.

 

17세기 과학혁명기까지 유럽의 중세 학문을 지배했고, 그럼으로써 한편으로는 근대 과학의 태동을 저해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근대 과학의 토대가 된 그리스-아랍 과학은 대부분 이 시기에 들어왔다. 근대과학과 관련시켜볼 때 12세기에 유럽에서 일어난 그리스-아랍 학문의 대대적인 번역을 통한 학문의 팽창은, 근대 과학이 이때에 유입된 학문에 바탕을 두었음과 동시에 그것이 부정이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지닌다.

 

그렇다면 아시아의 근대 과학은 어땠을까?


유럽에서는 그리스-아랍 학문의 번역을 통해 근대 과학의 탄생을 위한 기초 작업이 일어났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에서는 과학의 싹이 될 만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유럽에서 16세기와 17세기에 과학혁명이 일어날 때도 마찬가지로 아무 일도 없었다. 물론 수준 높은 기술이 있었고 이것은 꾸준히 개량되어갔다.

 

또한 중국인들은 고차방정식을 푸는 법을 알고 있었고 현재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알려진 구고현 법을 알고 있었으며, 천체 관측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근대적 의미의 과학은 아니었다. 그들이 고차 방정식을 풀 수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실용적인 지향을 가지고 있었지 대수 일반으로 추상화되지는 않았다.

 

마찬가지고 구고현 법도 실용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었지 기하학 일반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동아시아에서는 뛰어난 의학체계도 있었지만 근대과학과는 전혀 다른 철학적 기초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