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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과학

새 앎의 틀과 자연과학

by 똑똑한 블로그 2020. 8. 31.

이제 구체적으로 과학에서 활용되는 앎의 틀이 무엇인지를 그 전형적 형태인 고전역학을 통해 살펴보고 아울러 이것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해 어떻게 수정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우선 고전역학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니고 있는 공간과 시간 개념을 좀 더 다듬어 공간을 3차원 변수로 나타내고 시간을 이와 독립된 1차원 변수로 보아 이들의 관계를 통해 운동을 서술한다. 또 고전역학에서는 '힘' 개념을 설정하고 이러한 힘을 받는 대상의 동역학적 '상태'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말해줄 상태 변화의 법칙(뉴턴의 제2법칙)을 도입한다. 

 

즉 고전역학에서는 이러한 앎의 틀을 마련함으로써 임의의 대상이 받게 될 힘을 찾아내고 이를 상태 변화의 법칙에 적용하여 현재의 상태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를 말해줄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것을 허공에 놓인 물체에 적용할 경우 갈릴레이의 낙하 법칙이 도출될 뿐 아니라 달이 지구를 도는 이치, 그리고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도는 이치 등을 모두 말해줄 수 있게 된다.

 

만일 이러한 고전역학이 자연계의 임의 대상에 대해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이라 할 때, 마치 18세기에 라플라스가 언급했던 바와 같이 "우주 내에 하나의 초능력적인 지성이 있어서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물체 간의 상호작용을 알고 이들의 현재 상태를 관측할 수 있으면, 우주의 미래 상태도 일의적으로 산출해낼 수 있다."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원자규모의 대상에 대해서, 그리고 빛의 속도에 접근하는 빠른 물체에 대해서는 이것이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들에 대해서는 월등히 더 정교한 새로운 앎의 틀을 지닌 이론들 곧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적용된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상대성이론은 기존 과학이 채용했던 앎의 틀 가운데 시간과 공간 개념에 대한 심오한 수정을 통해 이루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양자역학은 동역학적 '상태' 개념과 상태 변화의 법칙, 그리고 이를 현상과 연관시키는 방식에 있어서 획기적인 수정이 가해진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상대성이론은 한마디로 시간이 공간과 합하여 4차원 구조를 이룬다는 주장에 해당한다. 공간을 3차원 구조로 보고 시간은 따로 1차원의 구조를 지닌 것이라 보던 기존의 관념을 바꾸어 시간 변수 또한 공간 좌표의 값들과 마찬가지로 4차원의 한 성분을 이룬다는 생각이다. 마치 막대의 그림자가 빛을 쬐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듯이 시간의 간격도 관측자의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일견 우리의 본연적 직관에 어긋나는 듯 하지만 실을 일상적 경험을 통해 우리가 무의식 적으로 마련한 기존 앎의 틀과 어긋남을 의미할 뿐이다.

이보다 한 걸음 더 나가는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는 이러한 시간 공간이 주변에 놓인 물질의 질량 분포에 따라 휘어지게 되며, 중력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해온 모든 형상은 실은 이러한 휨의 효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이것 또한 고전역학에 바탕을 둔 기존 관념과 크게 다른 것으로, 이를 받아들일 경우 천체들의 운동에 대한 이해는 고전역학을 다시 뛰어넘는 새로운 면모를 지니게 된다.

 

한편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에서 말하는 '상태' 개념 곧 '위치와 속도'라는 의미의 '상태'개념을 파기하고 새로운 '양자역학적 상태' 개념을 도입하여 이러한 '상태' 변화에 대한 합법칙적 서술을 수행한 후, 이 '상태'에 대한 '해석'을 통해 그 서술을 현상 세계와 연결시키는 구조를 지닌다. 이때의 양자역학적 '상태'는 그 초기값을 관측으로부터 추정할 수 있으며, 동역학적 추론 이후 얻어진 말기 값으로부터 대상에 대한 정보 곧 그 위치, 속도 등을 확률적으로 추정해낼 수 있는 성격을 가진다.